최근 HR 스터디에서 조직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살짝 살짝 공부한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깊게 공부한 건 처음이었다. 조직문화라는 개념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 학자들은 조직문화를 무멋이라 정의하는지 그리고 조직문화 모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공부했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게 된 건, 세상 어떤 조직문화도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스타트업에서는 유연성과 자율성 그리고 도전하는 걸 권장하는 문화를 정답으로 정의하곤 한다. 아 가치들의 표현물로서 ‘자율출퇴근’, ‘법인카드 개인 지급’, ‘연차 무제한’ 등의 것들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어떤 비즈니스를 추구하냐, 어떤 성장 방향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적합할수도 있고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스몰 자이언츠가 온다>에 나오는 작은 거인들의 공통점이 있다. 내부 구성원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월급의 7배 정도를 복지에 쓴다거나, 수익의 일부를 직원 연금에 넣는다거나, 병원비를 모두 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처음에는 편하게 ‘역시 내부 구성원들에게 집중해야지. 이게 결국 고객을 위하는 일이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번 질문했다. ‘이게 본질인가?’
작은 거인들은 사업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있었고, 영업 이익을 잘 내고 현금 흐름이 원활한 상태를 만든 뒤 하나씩 하나씩 구성원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감당 가능한 선에서 말이다. 결국 이 책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어떤 것들을 제공해주어 그들을 이끌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영업 이익을 만들어 낼 것이냐, 어떻게 사업을 제대로 해낼 것이냐.’였다.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것은 그 다음 스텝에 고민하면 된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사업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최근 내가 재직중인 디어에서 이 책 7장에 나오는 ‘레엘’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디어는 구성원들에게 집중하는 회사였고, 구성원들은 우리의 자랑이자 우리 그 자체였다. 나는 회사의 유일한 HR 담당자인데,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 깊게 파보지 않았다. 막연하게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결국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 다가왔고,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아직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인데, 구성원을 위한다는 생각에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는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단 한 번도 줄이지 않고 늘리기만 했다. 결국 둘 모두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고통스러운 소통을 했다.
‘무엇이 중요한가?’ 다시 물어보게 되었다. 회사가 지금 구성원들에게 돈을 퍼주고 1~2년 뒤에 망한다면? 정말 그게 더 좋은 일일까? 당장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모두에게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고 비용을 줄여야하지 않을까? 퍼포먼스가 아쉬운 구성원들이 이 회사에 계속 남게 된다면 그들에게 좋은 일일까? 더 잘 할 수 있는 또는 더 어울리는 자리로 옮길 수 있게 현실을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저성과자들에게 회사에서 떠나줄 것을 요청하고, 복지 비용을 대폭 줄이게 되었다는 걸 공유했다. 이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결국 지금은 마음이 개운하다. 모두가 회사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공감하게 되어서다. 결국 작은 거인이 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아니, 그냥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이 당연한 걸 잠시 놓치고 있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