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처음 만난 게 엊그제 같은 친구들과 벌써 13년째다. 일이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적당한 친분의 친구들과도, 돌아보니 9년째다. 얼마 전 현종이 청첩장 받는 자리에서 현종이, 하람이, 한별이와 '우리 언제 마지막에 봤더라?' 생각하며 되돌아봤는데 2022년에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얼마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1년 반이 지났다.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내 기억을 붙잡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기록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그걸 알 방법은 과거에 내가 한 기록들을 살피는 것이다. 가끔은 내가 써놓은 글을 보며 '와, 저 때의 나는 정말 순수했네.'라고 느끼기도 하고 '와, 저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고민 하고 있네.'라고 느끼기도 한다. 다른 그 누구의 글을 읽는 것보다 과거의 내 글을 읽는 데에서 더 큰 위로를 느낄 때도 있다.
예전부터 매일, 또는 매주 짧게라도 나의 순간들을 기록해 놓겠다고 생각을 했던 적은 많다. 하지만 작심삼일은 무슨, 시작조차 한 적이 없다.
혹시 글쓰기 모임 같은 거 하면 같이 하실 분?
아무래도 글쓰기라는 게 꾸준히 해야 하는데, 혼자 하면 흐지부지되기도 좋고 주제도 쉽게 떨어지니까..
특정 기간 정해서(2달? 이면 충분하려나) 참가비라도 매주 글 안 쓰면 참가비 차감하거나 완주자한테 몰아주기로, 완주자는 파인 다이닝이나 오마카세 먹는 그런 모임 해볼까 하는데 관심 있으신 분 계실까요?
‘돈 넣어두면 꾸준히 글을 쓸 거 같다!’ 싶은 생각에 바로 참여하겠다고 말하고 입금부터 했다. 역시 시간은 정말 빠르고 이 글쓰기 모임의 10주 차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마음부터 앞서서 일과 관련된 글을 정말 ‘열심히’ 썼다. 내 생각을 정말 잘 정리해서 차곡차곡 쌓아두어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더 좋은 생각을 더 좋은 글로 남기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겨우 2주 만에 지쳤다. 이번 10주의 목표는 글 쓰는 습관을 만들고 나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었는데, 돌아보니 너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잡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3주 차 때부터는 조금 더 편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독후감을 쓰기도 하고, 스터디 때 만난 분과의 대화를 기록하기도 하고, 사무실 청소한 것도 기록하고.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쓰기도 했다.
한 주 주말마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10주가 지났고, 10개의 글이 완성되었다. 오늘, 이 글을 시작하며 ‘요즘 내가 무슨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을 할 때 적어도 최근 10주의 내 생각은 글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 1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바로 2기에도 신청하려고 한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기록하는 사람이 될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