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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할 회사를 선택한 기준
🤿

2022, 올해의 어워드

작성일
2022/12/25
상태
Done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고민하며 오랜만에 에버노트에 접속했다. 예전에는 삼성노트나 에버노트에 글감을 저장하곤 했다. 2018년에 썼던 ‘올해의 어워드’를 발견했다. 2017년, 2018년 두 해 정도 ‘올해의 어워드’라는 글을 썼다. 아는 분이 쓰는 걸 보고 재밌다는 생각에 따라 썼던 것인데 2018년 이후로는 맥이 끊어졌다. 올해 다시 써보려 한다.

올해의 쇼핑

스쿠버다이빙 마스크! 올해 여름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푸켓에 갔다. 실수로 시력 교정용 콘택트렌즈를 한국에 두고 갔다. 스쿠버다이빙 마스크를 대여해서 쓸 수도 있었는데, 그럼 맨눈으로 다이빙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할지, 시력 교정용 렌즈가 포함된 스쿠버다이빙 마스크를 살지 고민했다. 스쿠버다이빙은 처음이고,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다 보니 고민이 많이 됐다. “뭐 재밌지 않겠어?”라는 생각에 그냥 구매했다. 기왕 살 거 좋은 거 사자는 생각에 50만 원 정도의 거금을 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바다는 새로운 세계였다. 이때까지 내가 보던 세상이 너무 좁은 세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바닷속에는 처음 보는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산호,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 손톱만큼 작은 해마. 만약 시력 교정이 되지 않은 상태로 다이빙을 했다면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경이로움이 절반은 줄어들었을 것 같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다이빙하러 가겠다는 포부와 달리 스쿠버다이빙 마스크를 여름에 딱 한 주 쓰고 방구석에 박아 두었지만 난 언제든 스쿠버다이빙 마스크를 들고 새로운 세계로 떠날 수 있다.
내년엔 다시 바다에 나가길, 그리고 내 마스크를 쓰고 바닷속을 헤엄치길. 마스크를 볼 때마다 그때의 설렘이 떠오른다.

올해의 거짓말

“운동해야지.”
무시무시해진 준하와 휘채
몇 년째 하는 거짓말이다. 중간에 깨작깨작 운동하긴 했지만, 꾸준히 하는 건 계속 실패한다. 올해 코디악 베어즈(단국대 미식축구부) 친구들 시합을 구경하러 몇 번 가면서 예전에 같이 뛰던 동생들의 무시무시한 몸을 보며 새삼 놀랐다. 준하를 볼 때마다 “이제 운동하려고.”라고 버릇처럼 말하고 있다. 그동안 준하는 3대 700kg을 드는 괴물이 됐다.
2023년 1월부터는 정말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내년 ‘올해의 어워드’에는 거짓말 란에서 ‘운동’이라는 글자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올해의 연예대상

블랙컴뱃의 ‘검정’이 올해의 연예대상이다. 검정은 종합격투기 리뷰 유튜버였다. 올해 종합격투기 예능을 몇 개 기획해서 올리더니, 어느새 종합격투기 단체를 설립했다. 지금은 한국에 공고하게 있던 로드FC, 더블지FC 등을 위협할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하고, 시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는 순간 아무리 어려운 시장이어도, 아무리 경쟁자가 공고해도 단숨에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기획력과 스토리텔링에 비해 경기의 수준이 아쉽다는 피드백이 많다. 하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흥행→수익→선수 지원→선수풀 성장→경기 수준 향상→흥행’의 플라이휠이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국내 최고의 단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망의 블랙컴뱃 프로오디션 프리뷰 영상

올해의 가요대상

CHS는 최고의 밴드다.
CHS는 본인들의 음악 장르가 ‘트로피컬 사이키델렉 그루브’라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장르냐’라는 의문이 든다면 음악을 들어보면 된다. 후회하지 않는다.
올해 운전하는 내내 CHS 음악을 들었고, 여름에는 강원도에서 이틀 내내 CHS 공연을 보러 갔다. 이렇게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이지만 라이브를 들으며 다른 어떤 신나는 음악보다 더 신나게 몸을 흔들게 되더라.
여름 그리고 바다와 잘 어울리는 CHS에게 올해의 가요대상을 준다.

올해의 영화

이충현 감독의 <몸값>이다. 그 정도로 임팩트 있는 영화였냐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올해의 영화’로 선정한 이유는 순전히 내가 몇 년 동안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 단편 영화에 빠졌던 때가 있다.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를 보고 한국 독립영화의 맛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단편 영화들을 하나둘씩 보게 되었다.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지 둘러보다 보면 포스터와 타이틀이 너무 인상 깊어서 보게 되는 단편 영화들이 있다.
<몸값>도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포스터와 타이틀이 모두 강력했고, 짧은 러닝타임 동안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했다. 분명 포스터와 타이틀에서 예상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 같았다. 어디서 영화를 볼 수 있는지 찾아 봤는데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스트리밍 사이트를 포함하여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그 어떤 루트에서도, 심지어는 어둠의 루트에서도 볼 수 없었다. 매년 생각 날 때마다 검색해보곤 했는데 몇 년 내내 볼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콴다에서 함께 일하던 카리타스는 입사하기 전에 영화제에서 일했었다.(단편 영화 배급도 했다고.) 카리타스의 배경을 듣자마자 <몸값>을 볼 수 있는 곳을 혹시 아는지 물어봤는데, 그녀도 모른다고 했다. 마침 올해 카리타스가 예약으로 구매하게 된 DVD에 <몸값>이 포함되어 있으니 함께 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거의 동시에 왓챠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하게 됐다.
몇 년 동안 찾아 헤매다 어떤 콘텐츠를 소비한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실제 영화가 주는 의미나 즐거움과는 별개로 ‘올해의 영화’를 꼽을 수 있었다. (아마 <몸값> 드라마화와 함께 영화도 오픈된 것 같은데, 드라마는 평이 너무 안 좋아서 못 보겠다.)

올해의 책

올해의 책은 츠타야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이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흥분해서 열심히 필기했던 페이지를 함께 첨부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 책에서 앞으로 회사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자유와 사랑’을 키워드로 꼽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와 사랑이 중요하다. 자유는 원심력을 낳고 구심력에 대응한다. 사랑을 신뢰나 공감이라는 말로 치환해도 좋다.
디어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유롭고, 조직과 자신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면 좋겠다. 나 먼저 그렇게 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내년의 목표다.

올해의 잘한 짓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것을 했다.
퇴사 직후 5월 말쯤, 유럽에 2주 정도 다녀오고(런던-에든버러-요크-니스), 콴다를 마무리하며 10일 정도 회사를 다니긴 했지만 하루 내내 티타임으로 사람들과 떠들고, 연차 소진 기간 동안 제주에 4일 정도 다녀오고, 강화도 순무민박에 4일 다녀오고, 웨이브파크 가서 서핑을 배워보고, 처음 가본 동해시에서 3일을 보내고, 푸켓에서 다이빙만 하며 또 4일을 보내고, 양양과 고성에서 CHS를 영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대구에 잠시 가족 보러 갔다가, 다시 제주에 갔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지금은 일본 나고야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꼭 어딘가를 돌아 다녀야 행복한 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열심히 돌아다닌 건 유난히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다. 난 일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서다. 그러니 더 열심히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올해의 맛집

삼성동의 타코집 <비야게레로>
나는 타코에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타코를 왜 좋아하는지 몰랐던 사람이다. 올해 8월 비야게레로를 처음 갔고, 처음으로 ‘타코’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이제는 한국인이 매주 국밥을 먹는 것처럼,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비야게레로에서 타코를 먹는다.
“까르니따 혼합 하나, 살코기 하나, 초리조 하나 그리고 제로콜라 주세요.”

올해의 고마운 분들

2018년의 나는 이렇게 썼다.
나는 원래 너무 고마워하는 인간이라 하나하나 나열하면 2018년이 끝난다. 먼저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게 해준 마크 저커버그부터, 이하 페이스북을 다운 없이 이끌어주는 많은 개발자. 그리고 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게 보일 수 있게 해주는 페이스북 디자이너들에게 감사한다. 한글을 만들어준 세종대왕님과 집현전 학자님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이곳에 배치해준 분과 이전에 의자를 운반해준 분. 그리고 의자를 팔아준 분. 의자를 만드신 분. 의자의 재료를 가공해주신 분. 등등. 결국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미처 빠뜨렸더라도 서운해하지 마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덕분에 제가 있어요.
이제는 저 정도로 순수하게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도 머릿속에 고마운 사람들이 가득 떠오른다. 내 삶은 결국 고마운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루어진 것이다. 고마움 잊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2023년의 기대

2018년에 이렇게 썼더라.
존버투더문
이제는 이렇게 쓰겠다.
달까지 안 가도 되니 건강하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