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라는 것은 없다. 기본에 충실하여 매일매일
기업은 길고 긴 시간 동안 일구어내고서야 비로소 대중들의 눈에 익숙해진다. 다이소가 이렇게 오래된 회사인지 몰랐다. 내 머릿속에서 다이소에 대한 이미지 변화가 (싸구려 파는 곳-품질 안 좋은 곳 → 필요한 거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 일어났는지도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그것이 의도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이소가 만들어진 것도 오랜 기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고, 브랜드 이미지가 변화한 것도 오랜 기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박정부 회장이 진심을 담아 눌러 쓴 게 느껴지는 책에서 제프 베조스가 강조하는 'DAY1' 정신이 언뜻 떠올랐다.
‘고객집착’의 현현을 본 기분이었다.
‘1,000원짜리 지폐와 다이소 상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당신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고객의 입에서 “이게 어떻게 1,000원이지?”하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올 때 비로소 우리의 가치는 구현된다.
가격에 품질, 재미, 볼륨 등이 함께 연계되어 매대 앞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놀라운 가치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가성비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기업들에서 울부짖는 고객집착이 사실은 정말 명쾌하고 간단한 거라고 툭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명쾌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다이소의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된 것은 '패션 고객집착'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고객집착'을 의도하고 실행했기 때문이었다.
섹시하지 않아도 된다.
다이소는 섹시하지 않다. 다이소의 제품도 섹시하지 않다. 다이소는 수만 가지의 물품을 파는데, 그중 섹시한 물품은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디 평범하다. 이윤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섹시하지 않다. 원가를 미친듯이 낮추고 정말 적은 마진을 남긴다. 그걸 모아서 큰 돈을 만든다.
그런데 사업은 왜 섹시해야 할까? 나도, 요즘 사람들도 모두 사업에 괜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본질은 그게 아니다. 고객이 필요한 걸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 그들에게 사랑 받고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얻는 것. 이걸 매일매일 반복해 나가는 것. 결국 이게 사업의 본질이고, 사업의 아이템이 멋지고 섹시할 필요는 별로 없다.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누구가 다이소는 섹시하지 않다고 말할까? 아이템이 무엇이냐 보다는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 나가느냐가 사실은 멋짐을 만들어낸다.
디어의 제품, 섹시하지 않다. 버스, 지하철과 다를 바 없다. 사람 한 명이 트럭에다 킥보드를 우르르 실은 다음 스팟에 가져다 둔다. 사람들이 킥보드를 타고 저마다의 목적지로 간다. 다시 사람 한 명이 트럭에다 킥보드를 태워서 스팟에 가져다 둔다. '버스 노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하철역을 어디에 만들 것인가?' 와 다를 바 없다. 버스 회사에, 지하철 회사에 취업하는 걸 꿈에 그리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일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디어에서 하는 일도 본질은 평범하다. -사실 이 세상 그 어떤 일도 따지고 보면 다 평범하다. 특별한 척 하는 것 뿐이지-
디어의 제품을 섹시하게 만드는 건 결국 우리 뇌다. 그리고 우리 의도다. 고객의 천 원을 더 받기 위해 미친듯이 고민하는 것, 그걸 짜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무도 몰라봐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서비스를 만들려 노력하는 것, 우리가 그걸로 뿌듯해 하는 것. 이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더더욱 인간으로 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디어와 관계 맺는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삶을 잘 살아간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 우리가 디어에서 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매일 꾸준히 해나가는 게 가장 섹시한 일이다.
다이소 요약
1.
창업자 박정부, 45세에 무역업으로 창업. 국내 제조제품을 일본에 판매하기 시작
2.
10년 후 1997년, 천호동 1호점 개점
3.
26년 후 현재, 매장 약 1,500개. 일 매장 방문객 100만 명 (DAU 100만)
4.
2022년 매출 2조9457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