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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천재들을 바라보며 (컴과세 독후감)

작성일
2022/12/11
상태
Done
요즘 <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라는 책을 읽고 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에 대한 설명은 저자 서문의 첫 문단을 인용하는 걸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컴퓨터 이야기다. 근본이 무엇이고, 어떻게 탄생했고, 소프트웨어의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 컴퓨터가 우리의 지능과 본능과 현실을 어떻게 확장시켰는지. 그래서 우리가 지금 기대고 있는 디지털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디어에서 ‘컴과세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1-3장을 읽고 인상 깊은 내용을 미리 정리해 가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선택한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컴퓨터의 탄생을 이끌어 낸 건 ‘어린 천재들’이었다는 것이다.
컴과세를 읽으며 컴퓨터의 시작에 세 명의 어린 천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세 명은 쿠르트 괴델, 앨런 튜링, 클로드 섀넌이다.
<당대 수학계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은 쿠르트 괴델>
1928년. 미키 마우스가 세상에 데뷔한 해. 대담한 꿈이 유럽 수학계에 번지고 있었다. 당대 수학계를 이끌던 다비트 힐베르트가 독려한 꿈이었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수학자들이 해왔던 작업과정을 보아하니, 몇 개의 생각의 법칙을 반복 적용하는 게 다인 듯했다. 혹시 몇 개의 추론 규칙만 가지면 앞으로 수학자들이 증명할 명제들을 모두 술술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3년 후 그 꿈은 산산이 조각난다. 1931년 쿠르트 괴델이라는 25세의 신참 수학자였다. 불완전성 정리라고 불리는 그 증명은 당대 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컴퓨터의 원천 설계도를 만든 앨런 튜링> 앨런 튜링은 다음 제목의 논문을 런던 수리학회에 제출한다. <계산가능한 수에 대해서, 수리명제 자동생성 문제에 응용하면서> 이 논문에서 튜링은 컴퓨터의 근본적인 디자인을 최초로 선보인다. 이때 튜링은 2년 전 케임브리지 대학 수학 학부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마친 24세의 청년이었다.
<디지털 표현 방식의 체계를 발견해 낸 클로드 섀넌>
스위치 회로가 결국 부울 논리와 같으므로, 임의의 부울 논리식에 해당하는 스위치 회로가 있고, 임의의 스위치 회로에 해당하는 부울 논리식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 발견을 선점한 사람은 21살의 대학원생이었다. 튜링보다 네 살 어린 클로드 섀년이었다. 1937년 8월, 그가 21세 때 MIT 석사논문을 제출한다.
많은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을 해내는 건 어린 천재인 경우가 많다. 어린 천재의 사례를 하나하나 만날 때마다 겸허해지며 나는 범인(凡人)으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즐거움을 누리며 삶을 살아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컴과세 독후감으로는 색다른 주제이지만, 내가 만난 어린 천재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1. 아르튀르 랭보 Arthur Rimbaud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1854년에 태어났고, 18살인 1873년에 유일한 시집인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출간했다. 랭보는 10대에 쓴 시들만 가지고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 시인이 되었다.
학부 시절, 문예사조 수업 때 랭보의 <모음들(Votelles)>이라는 시를 해석하는 발표를 했는데 랭보가 창조해 냈던 세계관과 언어 구조가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랭보의 시는 후대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사이키델릭 록을 대표하는 밴드인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 있다. 듀크 대학교의 불문학 교수가 쓴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모리슨’이라는 책이 있는데, 랭보의 시가 짐 모리슨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작성되어 있다. (논문에 가까운 책이어서 제목이나 주제는 재밌어 보이지만 정말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2. 조이 알렉산더 Joey Alexander (재즈 피아니스트)

조이 알렉산더는 2003년에 태어났고, 2015년 12세 때 낸 앨범이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연소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아티스트였다. 재즈는 음악 장르 중에서 재능이 타고났어도 연습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실력을 인정 받기 어려운 장르로 알고 있다. 조이 알렉산더는 12살 때 반짝 빛난 뒤 꺾여 버리지 않고, 최근 여섯 번째 앨범을 냈다.
얼마 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조이 알렉산더의 첫 내한 공연이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신동이 한 명의 어엿한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재즈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의 성장이었다.
위 유튜브 영상은 조이 알렉산더의 데뷔 앨범 연주 영상이다. 데뷔 앨범 연주 영상 중 하나에는 아래와 같은 댓글과 대댓글이 달려 있다.
First rule of music: there's always a child that does it better.
it is true for every domain of life i guess

3. 디토 Dytto (댄서)

디토는 1998년에 태어났고, 17살인 2015년에 World of Dance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유명세에 올랐다. 사실 디토에 대해서는 덥스텝 장르를 하는 여자 댄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 이외에는 디테일한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위 영상을 보고 나면 나처럼 디토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