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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그리고 멀리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작성일
2023/08/19
상태
Done
스기모토 다카시 -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장자 <소요유> 편에 ‘곤과 붕’에 대한 우화가 나온다. 곤이라는 몇 백 km 크기의 아주 거대한 물고기가 있고, 이 물고기는 붕이라는 새로 변하여 하늘을 날기도 한다. 붕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면 1,000km 높이의 물이 치솟는다고 한다. 곤과 붕은 장자가 말한 진정한 자유의 경지를 보여준다. 신선의 그것과 비슷하다.
곤과 붕 원문
손정의에 대한 책을 읽고 다소 뜬금 없이 곤과 붕을 언급한 이유는, 그의 일대기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곤과 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게 손정의는 ‘도박을 일삼는 승부사’, ‘위워크 도박에서 큰 피해를 본 사람’, ‘한국 스타트업에 미친듯이 돈 붓는 사람’ 정도의 이미지였다. 부끄럽지만 일본 여행에서 항상 보이는 그 소프트뱅크가 대체 어떤 회사인지 한 번도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마치 곤과 붕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냥 벽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손정의를 가까이에서만 봤을 때는 진짜 손정의를 보지 못했다.
매번 대단한 사람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나의 관점은 매우 좁고 부족하다.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점이 알고 보면 내가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한 관점일 수 있다. (물론 손정의를 보고 바보라고 생각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책을 읽고, 구체화 된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장기적인 사고가 꼭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단기적으로 사고하던 사람에서 장기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장기적인 사고를 한다는 게 현재의 가변성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현재의 일에 지나치게 열정적인 사람들은 장기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착각을 했다. 미디어에서 비춰진 손정의는 열정적인 승부사였고, 이는 곧 단기적인 사고와 가깝다고 오해했다.
책에서 발견한 손정의는 그 누구보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책 제목이 <300년 왕국의 야망>인 것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다. ‘30년 비전 발표’를 실행하는 대목에서 충격을 받았다.
목적이 명확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해내겠다고 생각한 다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를 밀도 높게 살아가는 것. 그게 손정의의 방식이었다.

경영자는 쉽게 생각하고, 실무자는 복잡하게 달성한다.

손정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쉽게 선언한다. 그리고 적합한 실무자에게 해내라고 주문한다. 실무자는 밤을 새고 자신을 갈아 넣어서라도 해낸다. 과거에는 경영자란 무릇 구성원들의 현실을 같이 고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팀장의 역할이지 경영자의 역할은 아니다. 실무자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에 얽매일 수밖에 없고, 수단에 얽매이면 혁신은 없다.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찍어야 혁신이 따라온다.
경영자는 계속 쉽게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실무자는 일단 예스를 외쳐야 하고. 경영자가 하늘의 별을 따러 나가려고 할 때, 어떻게든 우주선을 만들어 오는 게 실무자의 역할이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수정 수정 수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가와 공상가의 차이는 ‘뜻을 함께하는 팀을 꾸렸냐 그러지 못했냐’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멀리 가려면 더욱 그러하다.

군을 만들지 않아도 30년은 잘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 정도 기간이라면 단독 브랜드로 단독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30년은 몰라도 300년을 내다보면 단독 브랜드나 단독 비즈니스로는 안 됩니다.
다양성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례를 몇 가지 제시했다. 영국 경주마 중 서러브레드종이 있다. 한때 서러브레드종의 우수함을 유지하고자 순수 혈통의 서러브레드만 만들어 냈다. 그 시기 동안 서러브레드의 경마 순위는 계속 내려갔고, 결국 다른 종과 섞인 뒤 다시 명성을 되찾았다.
연어는 한 번에 2~3천 개의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중 하나 정도만 살아 남는다. 과연 어떤 알이 살아남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정도 개수의 알을 낳아야 하나쯤 살아 남는다는 사실만 있다.
오랫동안 살아 남기 위해서는 여러 종이 한데 섞이는 게 좋다. 그리고 최대한 많이 실행할수록 좋다.
살아가다 보면 나와 다른 종을 만날 때 거부감이 생긴다. 그럴 때일수록 그를 향해 돌진하고 그가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진화를 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할수록 좋다. 그 많은 것들 중 무엇이 살아 남을지는 죽기 직전 알게 될 뿐이다.

책 내용의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가.

각색이 많이 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암’ 매수 이야기를 할 때 하늘의 색깔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묘사한다거나, 미팅 때 고개 숙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저자가 스토리의 재미를 위해 첨가한 조미료일 것이다. 그런 부분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손정의 그리고 동료들의 일화들 중 진실이 아닌 게 분명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집중력이 풀어졌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본인이 써도 진실이 아닐텐데 남이 쓰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긴 하지만.
비즈까페 독서모임 2회차